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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와 네모
동그라미와 네모 나에게는 조금 유별난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앉는 책상의 모양을 가린다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거나, 책을 읽고 싶을 때, 혹은 그저 멍하니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는 본능적으로 동그란 테이블을 찾는다. 하지만 무언가에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복잡한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는 반드시 네모난 책상 앞에 앉는다. 희한하게도 생각이 필요한 순간에 네모난 책상에 앉으면 사고가 턱 막히는 기분이 든다. 반대로 전투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둥근 테이블에 앉으면 도무지 집중의 날이 서질 않는다. 왜 그럴까? 나는 이것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도형이 가진 '선과 꼭지점'의 힘 때문이라 믿는다. 조각을 전공하며 오랫동안 입체를 만져온 내 눈에 사각형은 '확장적'인 동시에 '불완전한' 도형이다. 사각형의 꼭지점은 마침표가 아니다. 그것은 밖으로 뻗어나가려는 성질을 가진다. 마치 캔버스의 사각 프레임이 세상을
syordan6
6일 전2분 분량


공간의 근본 - 먹매김작업
공간의 근본 - 먹매김작업 나는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할 때, 유난히 시간을 들여 작업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먹매김'작업이다. 철거가 끝난 거친 콘크리트 현장. 그 정적 속에 들어서면 나는 가장 먼저 집안 구석구석에 수평과 수직 레벨을 띄운다. 거실은 물론, 주방과 작은 방, 그리고 가장 소외되기 쉬운 욕실까지. 텅 빈 공간에 붉고 푸른 레이저 선들이 정교한 그물망처럼 교차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베테랑 목공 반장님들은 보통 효율을 위해 거실의 메인 벽 정도만 기준을 잡고 작업을 시작하거나. 발주자의 특별한 지시가 없으면 관행대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공사 첫날, 하루를 온전히 바쳐 집 전체에 먹매김(기준선을 긋는 레이아웃 작업)을 한다. 누군가는 "어차피 마감하면 보이지도 않을 밑작업에 왜 그렇게까지 힘을 빼냐"고 묻는다. 하지만 내가 이토록 기준선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실 많이 사용하는 '수평수직레이저'은 우리가
syordan6
6일 전3분 분량


주방미드웨이의 선
주방미드웨이의 선 (공간속의 그리드) 공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눈으로 느낀다. 본다는 행위는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기보다, 감각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에 가깝다. 어떤 공간에 들어섰을 때 괜히 편안하거나, 단단해 보이거나, 혹은 이유 없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대부분 그 첫 시각에서 이미 결정된다. 우리는 흔히 보고 난 뒤에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눈에 들어온 형태와 선, 밀도와 간격은 머리로 해석되기 전에 몸에 먼저 닿는다. 그래서 ‘정돈돼 보인다’, ‘안정감 있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같은 말들은 시각에서 출발했지만, 자연스럽게 감각의 언어로 표현된다. 이때 공간은 이미 하나의 태도가 아니라, 고유한 성격을 갖게 된다. 그리드는 이러한 시각적 인식이 공간의 성격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로와 세로가 반복되며 만들어내는 선의 질서는, 설명이 없어도 공간을 또렷하게 만
syordan6
1월 22일2분 분량


무몰딩, 우리는 왜 공간속의 선에 예민해 할까
무몰딩, 우리는 왜 공간속의 선에 예민해 할까 우리는 언젠가부터 주거 공간 안의 선을 유난히 예민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몰딩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문선과 걸레받이는 괜히 시선을 붙잡는 요소처럼 보인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공간의 기술이 급격히 변한 것도 아니고, 자재 또한 크게 변한게 없다. 우리의 눈이 갑자기 까다로워진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은 우리가 집이라는 공간에서 기대하는 ‘감정상태’다. 주거 공간은 머무르기 위한 장소다. 쉬고, 긴장을 풀고, 생각을 내려놓기 위한 공간이다. 그런데 선이 많아질수록 공간은 조용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말을 건다. 여기서 한 번 멈추고, 여기서 나뉘고, 이 지점이 끝이라는 신호들이 선의 형태로 반복된다. 선 하나하나는 작고 단순하지만, 그 개수가 늘어날수록 공간은 점점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정보는 감정이 쉬기도 전에 먼저 처리되어야 한다. 선은 공간
syordan6
1월 22일2분 분량


공간에서의 선은 어떻게 감정을 움직이는가
공간에서의 선은 어떻게 감정을 움직이는가 욕실에서 젠다이는 시각적으로 어떤 작용을 할까? 젠다이 없는 욕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젠다이가 있는 욕실과 감정적 비교를 해본적은 없을 것이다. 젠다이의 낮은 높이로 길게 이어진 형태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욕실이라는 밀도 높은 공간 안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을 만든다. 그 가로로 놓인 선 하나만으로 공간은 긴장도가 낮아지고, 차분해지며, 급하게 사용해야 할 장소라기보다 잠시 머물러도 되는 곳처럼 느껴진다. 공간은 선과 면으로 완성되는데, 벽과 바닥, 천장이 모두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는 이미 그 공간 안에서 어디가 안정적인지, 어디에 시선이 머물지, 몸을 어떻게 두게 될지를 무의식적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요소가 많아질수록 공간은 복잡해지지만, 선부터 정리하면 오히려 공간의 성격은 또렷해진다. 공간에서 선은 가장 먼저 감지되는 요소다. 면이나 재질, 색보다도 빠르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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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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