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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ordan6
  • 1월 22일
  • 2분 분량

주방미드웨이의 선 (공간속의 그리드)



공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눈으로 느낀다. 본다는 행위는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기보다, 감각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에 가깝다. 어떤 공간에 들어섰을 때 괜히 편안하거나, 단단해 보이거나, 혹은 이유 없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대부분 그 첫 시각에서 이미 결정된다.

우리는 흔히 보고 난 뒤에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눈에 들어온 형태와 선, 밀도와 간격은 머리로 해석되기 전에 몸에 먼저 닿는다. 그래서 ‘정돈돼 보인다’, ‘안정감 있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같은 말들은 시각에서 출발했지만, 자연스럽게 감각의 언어로 표현된다. 이때 공간은 이미 하나의 태도가 아니라, 고유한 성격을 갖게 된다. 그리드는 이러한 시각적 인식이 공간의 성격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로와 세로가 반복되며 만들어내는 선의 질서는, 설명이 없어도 공간을 또렷하게 만든다. 선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뉘어 있을 때, 우리는 그 공간을 자연스럽게 단단하다고 느낀다. 실제로 얼마나 튼튼한지는 알지 못해도, 시각적으로 지지되고 있다는 인상이 먼저 남는다.

이 인상은 분석의 결과라기보다는 즉각적인 감각에 가깝다. 그리드를 바라보는 순간, 시선은 구조를 따라 움직이고 공간은 쉽게 흐려지지 않는다. 벽은 배경으로 물러나기보다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자리를 잡고, 공간 전체의 성격도 함께 또렷해진다. 단정하고 정리된 인상,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안정감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반대로 선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공간의 성격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시선은 더 이상 구조를 따라가지 않고, 하나의 면으로 머문다. 눈은 자연스럽게 쉬고, 벽은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남고, 또렷함보다는 여백이 생긴다. 이 역시 의식적인 판단이 아니라,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각이다.






그래서 나는 주방을 마주할 때, 특히 미드웨이의 마감을 선택할 때 그리드가 없는 소재를 더 선호한다. 타일이 만들어내는 그리드가 공간을 또렷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면, 도장면이나 인조대리석등은 벽을 하나의 면으로 남겨두는 선택에 가깝다. 시선이 쪼개지지 않고, 벽이 배경으로 물러날 수 있는 상태. 주방은 무엇보다 오래 바라보게 되는 공간이다. 그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특별한 의식 없이 일상이 반복된다. 그래서 나는 그 공간이 계속 말을 걸기보다는, 조용히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선이 만들어내는 성격 대신, 면이 남기는 여백을 선택하는 이유도 그 지점에 있다. 보고 있는 동안 느끼는 감각이 조금 더 편안해지기를, 그 정도면 충분하다.





[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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