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yordan6
- 1월 15일
- 2분 분량
무몰딩에 대한 오해

무몰딩이라는 말은 듣는 순간 머릿속에 하나의 장면을 먼저 만들어낸다. 천장과 벽이 끊김 없이 이어지고, 불필요한 요소가 모두 정리된 아주 깔끔한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무몰딩은 종종 더 넓어 보이고, 더 세련되어 보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이야기된다. 실제로 공간의 높이가 충분하거나 면적이 여유로운 곳에서는 이런 선택이 공간의 장점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단순함을 강조해 주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 이미지를 그대로 주거공간과 같이 좁은 공간에 가져왔을 때다. 같은 면적과 같은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몰딩이 사라진 공간이 예상과는 달리 더 낮고,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게 된다. 무언가를 덜어냈는데도 공간이 가벼워지기보다는 오히려 무게를 잃은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그 ‘없어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무엇이 함께 사라졌는지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히든 몰딩의 역할은 벽과 천장이 만나는 지점의 재료를 시각적으로 분리해 주는 데에 있다. 재료를 물리적으로 끊어주는 역할도 존재하지만, 공간을 인지하는 관점에서 보면 그 경계에 생기는 아주 얕은 그림자, 혹은 어둠이 만들어내는 효과가 훨씬 크다. 벽은 벽으로, 천장은 천장으로 인식되는 것은 결국 그 경계가 어디인지 눈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만화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실제 사람을 볼 때는 외곽선이 보이지 않지만, 만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아웃라인이 강조되어 있다. 그 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인물을 배경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존재를 또렷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다. 히든 몰딩 역시 마찬가지다. 벽과 천장이 만나는 모서리에 얇은 아웃라인을 만들어 줌으로써, 네모난 공간의 형태를 오히려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같은 넓이의 네모난 공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경계가 흐릿한 공간과 모서리가 또렷하게 인지되는 공간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넓어 보일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몰딩이 없는 네모난 공간은 공간이 동그랗게 느껴지고, 몰딩이 있는 공간은 더욱도 네모낳게 느껴진다. 공간의 크기를 면적으로 바라봤을때 동그란 공간과 네모난 공간은 어느쪽이 더 넓은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무몰딩이라는 선택은 때로는 미니멀이라기보다는, 공간이 가진 조건을 무시한 일종의 오기기에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 논리는 걸래받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히든 몰딩과 마찬가지로 히든 걸래받이 역시 경계를 숨기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곤 하는데, 이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높이는 약 10밀리 정도다. 그 이상 올라가면 시각적으로는 어딘가 어색해지고, 경계를 강조하려던 의도도 흐려진다. 문제는 이 10밀리가 눈에는 가장 깔끔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 생활에서는 꽤 많은 불편을 만든다는 데에 있다. 청소기를 밀어 넣기에는 턱이 너무 낮아 결국 먼지가 쌓이게 되고, 무엇보다 이 높이를 공간 전체에서 동일하게 유지하려면 바닥이 거의 수평된 형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조건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고, 그만큼 시공 난이도와 리스크도 크게 올라간다. 물론 비용도 같이 올라간다.



나는 바닥은 무걸래받이 형태로 정리하고, 천장에서는 히든 몰딩 방식을 유지한다. 생활 속에서 직접 맞닿는 바닥은 사용성과 관리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공간의 인지와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은 천장에서 가져간다. 무몰딩이라는 말에 맞추기보다는, 어떤 경계는 지우고 어떤 경계는 남겨두는 선택이 공간을 더 의미있게 만든다고 생각된다
[2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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