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yordan6
- 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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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받이의 색깔은 어디에 맞춰야할까?
걸레받이는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맡고 있는 요소다. 바닥과 벽이 만나는 가장 낮은 위치에서,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공간의 사용성과 유지관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청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기와 오염, 생활 속 작은 충격에 대응하고, 부분 보수가 가능하도록 하며, 전체 공사 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돕는다. 그래서 걸레받이는 형태가 어떻든, 높이가 낮든 높든,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하는 편이 공간 관리 측면에서는 분명 유리하다.
예를 들어 벽 마감재가 바닥까지 그대로 내려와 있다고 가정해보자. 내충격성이 낮은 자재가 벽 하단부에 노출된 상태에서 일상적인 동작 중 작은 충격이 가해져 벽면이 깨졌다면, 그 수리는 하단부만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배를 하든, 도장을 하든, 필름을 바르든 결국 해당 벽면 전체를 다시 손봐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특히 석고보드가 바닥까지 내려와 있는 구조라면 이런 문제는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
오염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걸레받이가 위치하는 벽 하단부는 구조적으로 바닥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오염이 쌓이기 쉬운 구간이다. 청소 도중 튀는 물기, 신발에서 묻어오는 먼지, 생활 속 손과 물건의 접촉이 반복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위치에 내오염성이 낮은 벽지가 내려와 있다면, 사용자는 공간을 마음 편하게 쓰기 어려워진다. 합지나 베스트실크지, 지아 패브릭 실크지, 디아망 실크지처럼 표면이 상대적으로 민감한 자재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포티스 계열은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엠보가 깊은 경우에는 오염 관리 측면에서 마냥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듯 걸레받이는 벽을 보호하고, 관리와 보수를 단순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걸레받이는 꽤 명확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제 시각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걸레받이는 본질적으로 ‘보호’와 ‘관리’를 위한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그 높이와 형태는 공간의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전 식당들을 떠올려보면 바닥부터 허리 높이까지 알판 형태로 벽을 둘러 마감한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식당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오염과 충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낮은 걸레받이로는 충분한 보호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반대로 주거 공간처럼 비교적 역동적인 활동이 적은 공간에서는 낮은 걸레받이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걸레받이는 ‘보호’라는 성격을 가진 요소인데, 이 성격은 시각적으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만약 걸레받이가 바닥과 동일한 질감이나 색채를 가지고 위로 올라온다면 어떤 인상을 줄까. 바닥의 연장처럼 인식되면서 공간 전체에 안정감을 더해준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닥에 머물고, 하부가 단단히 받쳐져 있다는 느낌이 생긴다.
반대로 걸레받이가 벽과 동일한 색감과 재료를 따라간다면 어떨까. 기능적으로는 충실하지만, 시각적인 안정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단순히 좋고 나쁨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공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해진다.
대부분의 실내 공간은 네모난 형태를 기반으로 한다. 이 네모난 공간이 더 넓어 보이기 위해서는 면과 면이 만나는 모서리가 얼마나 깊이 인식되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벽에 붙어 있는 걸레받이는 바닥 재료를 따라가기보다 벽의 재료에 맞추는 것이 오히려 공간을 더 확장시켜 보이게 만드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벽과 바닥의 경계가 시각적으로 뒤로 물러나면서, 공간의 깊이가 강조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걸레받이가 세워진 형태가 아니라 눕혀진 형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바닥 재료를 따르는 것이 시각적으로 더 자연스럽다. 이 논의는 바닥 재료와 벽 재료가 서로 다를 때를 전제로 한 이야기다. 만약 두 재료의 질감과 색채가 동일하다면, 어느 쪽을 택하든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이쯤에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우리는 공간에서 '시각적의 만족감'을 추구해야 할까, 아니면 '시각적의 안정감'을 추구해야 할까. 이 선택은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분명 그 시기의 흐름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개인의 성향보다 그 흐름에 맡기는 선택이 자연스러운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공간에 내가 오래 머문다고 가정해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잠시 보고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하고, 반복해서 사용하고, 감정을 쌓아가는 공간이라면 기능적으로 나에게 맞는지, 정서적으로 편안한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걸레받이는 작고 사소한 요소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 하나가 공간을 대하는 태도와 사용자의 감정을 조용히 좌우한다. 그래서 걸레받이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유행이나 미적 취향만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이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지, 어떤 감정으로 오래 머물고 싶은지를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보호를 드러낼 것인지, 경계를 숨길 것인지, 안정감을 줄 것인지, 깊이를 강조할 것인지. 걸레받이는 말이 없지만, 공간의 성격을 꽤 분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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