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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ordan6
  • 11월 11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월 13일

창문, 크기와 위치에 따른 감정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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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서 '창문'은 단순한 개구부가 아니다. 그것은 빛이 들어오는 길이고,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이며, 무엇보다 감정이 통과하는 틈이다. 창문의 크기와 위치는 인간의 심리와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공간의 기분은 벽의 색이나 바닥의 재료보다도, 때로는 창의 위치 하나로 결정되기도 한다.

좁고 작게 난 창은 종종 갇힌 감정을 불러온다. 고개를 숙여야만 볼 수 있는 높은 위치의 창, 혹은 벽 모서리에 박힌 듯한 작은 틈은 시선을 통제하고, 생각을 제한하며, 마음을 조이게 만든다. 그런 창 앞에 서면 사람은 말을 줄인다. 눈동자는 더이상 멀리 뻗지 못하고,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마음도 따라 움츠러든다. 그곳은 빛이 드는 감옥과 같다.

반대로, 넓고 낮게 펼쳐진 창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천장과 바닥 사이를 아우르는 파노라마 창은 마치 자연이 벽을 밀어낸 것처럼 느껴진다. 그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단순한 광량을 넘어서 하나의 분위기를 만든다. 오전의 부드러운 빛, 오후의 기울어진 그림자, 노을이 물드는 시간의 흐름. 이런 창은 감정을 확장시키고, 생각을 멀리 던지게 하며, 존재감을 자연 속에 녹여버린다.

재밌는 것은 창의 '위치'도 감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사람의 시선보다 높이 있는 창은 의식을 하늘로 올려보낸다. 반면, 시선 아래쪽에 위치한 창은 시선을 낮추고, 생각을 내면으로 돌린다. 높은 천창은 하늘을 향한 명상과도 같고, 낮은 벽창은 땅과의 연결을 만들어낸다. 어느 방향에서 빛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는 전혀 달라진다. 남향의 창은 따뜻하고 밝지만, 북향의 창은 차분하고 고요하다. 이 차이는 기능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감정에도 분명한 영향을 끼친다.

나는 실제로 한 프로젝트에서 그걸 느꼈다. 작업실 겸 카페 공간의 한쪽 벽을 과감하게 유리로 열었을 때, 그곳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서 하나의 쉼터가 되었다. 처음엔 너무 노출될까 두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창은 사람을 감싸 안았다. 빛이 모든 가구 위에 고르게 퍼졌고,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의 대화는 더 자연스러워졌다. 반면, 또 다른 공간에서 작은 창 하나만 낸 적이 있었다. 그 방은 실용적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말수가 줄고 고요해졌다. 감정의 흐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건축에서 창의 위치와 크기는 법적으로, 기능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디자이너가 고려해야 할 것은 공간에 들어설 사람의 ‘감정의 흐름’이다. 창 하나로 감정이 갇히기도 하고, 창 하나로 감정이 흐르기도 한다. 빛은 눈으로 들어오지만, 그 감촉은 마음으로 느껴진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과 방향, 위치는 곧 공간의 온도를 정하고, 감정의 밀도를 바꾼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도면 위에 작은 사각형을 그리기 전, 그 앞에 서 있을 사람의 마음을 먼저 그려본다. 창문은 시선의 문이자, 감정의 문이다. 그 문을 통해 나가는 것은 빛이지만, 들어오는 건 마음이다.


[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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