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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ordan6
  • 11월 11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월 13일

왜 마그네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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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만든다는 건 없는 것을 새롭게 채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공간이 얼마나 오랫동안 제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그래서 종종, 마감재 뒤에 숨어 있는 보드 한 장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마그네슘보드는 그런 자재다. 처음엔 거칠고, 다루기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간다. 절단할 때 날리는 분진이며, 무게며, 현장 작업자들이 반가워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반면 방수석고보드는 가볍고, 잘 잘리고, 시공도 빠르다. 당장의 효율만 본다면 후자가 더 유리하다.

그럼에도 나는 습기 많은 공간이나 구조적으로 신뢰가 필요한 구간에서는 마그네슘보드를 꺼낸다. 단단한 재료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 그게 분명히 있다. 시간이 지나도 뒤틀림 없이 제자리에 있는 벽.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게 가장 큰 역할이다. 방수석고보드는 실용적이다. 건식 공간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다. 다만 물기나 장기적인 습도 변화 앞에서는 불안하다. 몇 해 지나면 가장자리부터 들뜨고, 마감재가 따라 벌어진다. 그래서 나는 ‘괜찮은 공간’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의 차이를 이 자재들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만들어내는 것들은 튼튼해야 오래지속되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 습기, 충격, 마모, 사용자의 생활 방식 등 수많은 변수에 노출된다. 그 모든 조건을 버텨내야 비로소 '살 만한' 공간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기준에서 마그네슘보드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일종의 구조적 배려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가 안심하고 기댈 수 있도록 하는 구조. 사용자는 그 구조가 어떤 자재로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해도, 벽이 주는 안정감은 몸이 먼저 느낀다. 마그네슘보드는 바로 그 안정감을 만드는 자재다. 또 하나, 나는 수리를 최대한 피하고 싶다. 언젠가 벽이 들뜨고, 다시 뜯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재시공을 해야 하는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제대로 시공하면 그런 반복은 줄어든다. 결국 그게 진짜 실용성이다. 당장의 편의보다, 나중까지 생각한 선택. 마그네슘보드는 그 선택지를 가능하게 해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지점에서 한 번 더 멈추는 태도. 이 벽은 앞으로 몇 년을 버텨야 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살고, 기대고, 무심코 기대어 하루를 정리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그네슘보드에 손이 간다. 자재 하나에 너무 많은 생각이 담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내가 일하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비싸고, 무겁고, 손도 많이 간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눈에 보이는 마감보다 그 뒤에 있는 구조다. 손님이 알지 못해도, 매일 그 공간을 쓰는 사람은 안다. 벽이 얼마나 튼튼한지, 공간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나는 이 자재를 고를 때마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공간의 질서를 만든다는 생각을 한다. 마그네슘보드는 그 질서를 조용히 잡아주는 자재다. 기능으로 보면 강도와 내습성, 내화성 모두 좋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공간을 짓는 사람이 더 진지해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보드를 붙일 땐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그 무게가 싫지 않다. 오히려 든든하다. 나는 결국 튼튼한 구조 안에 오래된 감정이 머무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런 마음을 담기엔, 마그네슘보드만큼 조용하고 단단한 자재도 흔치 않다. 단단하게 지어야 오래 간다. 오래 가는 건 결국, 괜찮은 마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름이 방수석고라는 이유로 욕실천장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는 영혼들을 위해.


[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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