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yordan6
- 11월 11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월 13일
격식과 자유의 경계 - 초밥인테리어가구

우리는 언제나 구조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는다. 공간도 그렇고, 가구도 그렇다. 겉으로 드러나는 마감은 보통 그것의 전부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늘 무게와 질서를 지닌 구조가 있다. 나는 그 구조가 감춰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보였으면 좋겠다. 단단하게 서 있는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 그 솔직함이, 내 작업의 출발점이다.
나는 인테리어디자인을 할 때 항상 골조를 먼저 생각한다. 그것이 어떻게 서 있고, 무엇을 지탱하며, 어떤 태도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본다. 마감은 그 위에 얹히는 얇은 레이어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의미는 구조가 만든다. 마감은 그 의미에 얹히는 얇은 한 겹의 해석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덮개를 평면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무게를 가지지 않으려는 듯, 가볍게 얹히는 한 장. 그저 구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존재하는 것.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구조가 덮여 감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구조가 잘 보이길 원한다. 구조가 설명이 되는 디자인. 드러낸다는 건 단지 보여준다는 것이 아니라, 거짓 없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료는 이 철학을 지탱해주는 핵심이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개성이 강한 재료는 조용한 구조와 충돌한다. 나는 단단하면서도 얇고, 밀도는 높지만 질감은 절제된 재료를 좋아한다. 그 자체로 감정을 과하게 실지 않고, 구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유지한다. 철제 프레임은 얇게, 그러나 단단하게, 스스로의 긴장감을 갖고 구조를 지탱해야 한다.
이런 태도는 원시적이지만 점잖다. 드러내지 않고도 전달되는 힘, 억제된 감정에서 오는 깊이. 하지만 나는 때때로 그 억제를 넘어서고 싶다. 구조를 좀 더 정직하게,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다. 그게 잘 보일 때, 마감은 더 얇아도 된다. 골조가 당당히 존재할 수 있다면, 덮개는 더 조용해질 수 있다.
디자인은 조율의 예술이다. 감정과 기능, 구조와 마감, 드러냄과 감춤. 나는 이 조율 속에서 '적당히'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린다. 덜어내되 중심은 남기고, 낮추되 긴장은 유지하는 것. 드러내되 억지로 말하지 않는 것. 덮는 것이 아니라, 걸쳐두는 것. 구조 위에 얇게 올려놓는 태도. 그리고 그 구조가 스스로를 말할 수 있도록 자리를 열어주는 것. 그 조용한 균형 속에서, 나는 나의 디자인을 조심스럽게 완성해본다.
[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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