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yordan6
- 11월 11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월 13일
작지만 새로운 - 작은 욕실의 레이아웃을 다시 그리다
얼마전 기획 및 시공한 인천 연수구 풍림2차아파트15평형의 공간 중 작은욕실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해당욕실공간에서는 좁은 욕실 구조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사용자의 일상 속 '작은 평온'을 만들어주는 레이아웃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기획하였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기존공간에서 느낄수 없었던 미적/기능적 요건을 충족한 욕실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문을 열어 공간을 마주했을때 작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욕조공간이 없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세면대 우측 샤워공간이 유난히 좁아 보였는데 실측을 해보고 나서 보니 평균너비보다 약 400정도가 작은 치수였다. 사람이 앉는 양변기와 세면대는 큰 변수가 없는 한 고정치수이니 욕조너비에서 줄인 것으로 보였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욕실의 평균크기는 대략 1600*2200(±100) 정도이다. 양변기 세면대 욕조 순으로 나란히 펼쳐진 구성이고, 욕조를 빼고 샤워실이 들어가게 되면 약 100-200미리 정도 커진다. 풍림2차아파트 15평형공간에 속해있는 욕실은 1450*1850으로 보통의 경우보다 좀 더 작은 케이스였다. 치수에서 확인 할 수 있지만 욕조가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 면적이었다. 샤워공간의 부족으로 인해 환기 및 건조를 위한 불필요한 부지런함과 청결에 좀더 신경을 쓸수 밖에 없는 구조라 볼 수 있다.
[기획]



개인적으로 욕실을 기획할때 기능적 공간분할을 통해 실사용시 필수적행위 외 부수적 행위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는 편인데 그래서 욕실내 대표적인 역할을 하는 세가지(양변기,세면대,샤워)가 한공간에 있는 형상을 지양해 평소에 물을 굳이 쓸 필요가 없는 양변기존과 물을 많이 쓰는 샤워실을 시각적 차단이 아닌 물리적으로 차단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이 중 세면대는 상황에 따라 양변기존으로 갈 수도 있고, 샤워실존으로 갈 수도 있다. 양변기가 있는 공간에서의 내가 생각하는 필요한 최소한의 너비는 800미리 이상이다. 그리고, 샤워실의 최소치수는 870미리이다. 800으로 하는 경우들이 보이긴 하는데 내가볼땐 대각선으로 몸을 틀어서 씻어야 하는 치수로 생각되어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의 기준으로 봤을때 공간의 분할이 필요해 보였고, 칸막이를 설치한다고 했을때 샤워실공간은 확보가능하나 변기공간이 100미리정도 부족해 보였다. (이때 칸막이의 두께는 100미리이다.) 그래서 욕실입구 벽체를 철거한 후 100미리 앞쪽에 다시 세워서 변기공간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샤워공간을 확보한 습식공간의 좌측으로 바형태의 세면대를 마련하였다.(욕실의 길이가 부족한 상황이었기때문에 좌측이 이상적이었다) 그리고, 샤워도구를 올려놓을 젠다이를 마련하면서 매립수전을 두었고, 젠다이가 좌측 끝으로 가게 되면 세면대공간이 줄어들게 되니 칸막이깊이와 같은 치수로 끊어 젠다이를 내려 세면대너비를 확장시켜 억지로 꾸겨넣은 느낌이 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젠다이 끝쪽으로 뾰족한 모서리가 생기게 되는데 삼각형으로 쳄버처리 하여 심리적, 물리적 안정감을 높였다. 욕실내 수납공간은 새로 신설되는 칸막이를 활용하여 변기좌측에 타일매립선반을 두었고 그와 함께 타일매립휴지걸이도 배치하였다.
[철거]


철거작업을 했을때 좀 놀라웠다. 공간 내 욕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벽체가 석고블록으로 되어있었다. 경량자재이고, 빠른 시공이 가능하기에 나도 좋아하는 재료이긴 하지만 욕실 4면이 이렇게 되어있는 경우는 처음이라 당혹스럽긴 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구조변경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기도 해서 마음이 무겁진 않았었다. 사실 실측할때 금속탐지기에서 지속적으로 금속탐지가 되어서 콘크리트로 판단했었는데 알고보니 블럭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철물을 탐지했던 것 같았다.
[위생설비]


설비작업을 진행했을때 예상대로 소음이 크게 발생하지 않았고, 작업도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급수/급탕배관의 인입부를 잘라 모두 새롭게 재배치 하였다. 세면대 우측 하단에 있던 유가는 샤워실쪽으로 옮겨 위치해 놓았다. 우측 사진에 새로로 올라와 있는 배관이 샤워수전의 용도이고, 저기부터는 내가 직접 작업을 하는 편이다. 매립수전작업은 별도의 틀을 만들어야하기도 하고, 타일작업시 타일에 맞춰 수정이 쉽게 가능한 구조여야 하기 때문이다.
[방수]



욕실의 구조변경시에는 넓은면적의 기존방수층을 건들게 되어 방수작업을 훨씬더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세면대골조 및 매립수전설치]




타일세면대골조 설치와 매립샤워수전이 설치된 모습이다. 타일세면대 골조는 보통 목공에게 걸어달라고 요청하는 편인데 이번현장은 시간이 부족해 내가 진행하게 되었다. 매립수전은 제품마다 차이가 잇지만 간결한 형태의 샤워수전은 위 사진과 같이 날것의 부품들만 들어있는편이다. 그래서 작업실에서 1차로 조립을 하고 현장에 가져와서 벽에 고정하는 형식이다. 매립수전뭉치는 벽에서 나온 4개의 볼트에 너트로 체결하는 방식으로 하는 편인데 이 방법은 타일시공시 간편하게 각도조절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세면대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올려두기만 하고 타일시공시 재배치하여 에폭시로 고정한다.
[세라믹타일]




세라믹타일이 시공된 모습이다. 세면대 하단은 배관이 지나간 튀어나온 것을 활용해 바닥선반을 만들어 두었다. 바닥선반을 만들때 중요한것은 씽크대와 같이 세면대보다 약 100미리 정도 안쪽으로 설치 되어야 한다. 타일 세면대 같은 경우는 두꺼운것은 너무 답답하고 멋이 없어 가능한한 최대한 얇은 매스로 만들고, 볼 또한 깊지 않게 해야 세라믹타일에서 느껴지는 투박함 느낌을 덜 수 있다.
[에폭시줄눈]



모든 졸리부, 그리고 코너부, 타일칸막이는 에폭시줄눈을 넣는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욕실내 실리콘이 들어가는 곳은 천장과 도어, 그리고 변기 밖에 없다.
[완성]









개인적으로 특별히 경우가 아니면 욕실의 도어는 우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타일로 둘러싸여진 공간에 우드 텍스처는 사막가운데 있는 오아시스와 같다. 그리고, 거실벽체는 거의 베네치안스타코 마감을 하고 있기에 욕실도어프레임에서 안쪽과 바깥쪽을 나누어 마감을 한다. 거실의 화이트 색상이 욕실쪽으로 들어오면 그것만큼 보기싫은 것도 없다. 욕실의 좁은 편이라 앵글이 나오지않아 촬영이 쉽지는 않았는데 잘표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위 사진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지만 샤워실쪽으로 유리도어가 설치 되었다. 도면에는 표현되어 있지만 사진에는 표현되어있지 않아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데 샤워실쪽의 물이 양변기존쪽으로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바닥과 마찬가지로 벽에도 턱을 주어 유리문밖으로 새어나오는 물도 다시 샤워실쪽으로 흘러들어가게 시공되었다. 그리고, 내가 만드는 욕실의 특징 중 하나가 기압유지용 디퓨저설치이다. 이것은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업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 사진들을 살펴보다 보면 변기 상단에 동그란 구멍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의 배관은 거실과 연결되어 있다. 별도의 팬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단순 거실과 욕실의 기압을 유지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왜 욕실도어를 열고닫을 때 힘이 더 들어가거나 아니면 천장이 덜컹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열때는 기압이 일시적으로 압축되기때문에 천장이 덜컹하는 것이고 닫을때는 이완되어서 힘이 들어가게 되는데 위와 같이 공기조화용디퓨저(기압유지용)를 설치하면 이 모든것이 해결된다. 그리고 문을 닫고, 환풍기를 틀어두어도 거실의 공기가 욕실로 들어가서 팬을 통해 외부로 나가기 때문에 굳이 열어둘 필요가 없다. 다소 좁은 욕실이지만,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가장 마지막에 머무는 공간이기에 오히려 더 섬세하게 다뤄야 했다. 욕조 하나 들어가지 않는 협소한 구조 안에서 배치의 여지를 찾고, 흐름을 정돈하고, 시선이 부딪히는 지점을 부드럽게 풀어냈다. 단순히 예쁜 욕실이 아니라, 작지만 단단하게 정리된 하루의 틀. 그렇게 이 공간은 기능과 감정, 두 가지 모두를 품은 하나의 작은 '방'이 되었다.
[2507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