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yordan6
- 11월 11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월 13일
기능은 남기고, 존재감은 지운다 - 월패드매립 기술은 점점 더 얇아지고, 우리는 점점 더 그것을 숨기려 한다. 거실 입구 옆 벽면, 늘 애매한 시선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월패드는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때로는 의외로 눈에 거슬린다. 흰색 벽 위에 붙은 검고 사각진 조각 하나. 조작은 간편하지만, 형태는 투박하고, 디자인은 늘 한 세대쯤 뒤처져 있다. 이 작은 사각형 하나가 공간의 정서를 흔들 수 있다면, 그건 그 자리에 놓인 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꼭 이렇게 드러나 있어야 할까?” 인천연수 풍림2차아파트현장에서 유난히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작은 평수이기도 했지만 거실이 좁고 긴 형태라 티비도 전체 매립을 하였는데 월패드만 볼록 튀어나온 모양이 결코 좋아보일 것 같지 않앗다. 그래서 클라이언트께서 계약한 월패드 회사에 가서 월패드를 받아와 구상을 하여 실행에 옮겼다.
[대면]

처음 받아왔을때 뒷면의 모습은 이런 형태였다. 매립을 어렵지 않고 깔끔하게 해야하는데 위 제품은 벽에 부착된 철물에 걸어서 내려 행잉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매립이 불가한 방식이라 자석부착식으로 하기 위해 볼트가 들어갈 깊이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해체]

피스 몇개를 풀으니 어렵지않게 오픈이 되었다. 가전제품을 열어본 사람들은 잘 알지만 열어보면 허무할정도로 텅텅 비어있는 제품들이 많은데 이아이는 은근히 속살이 꽉차 있었다. 쉬워보이진 않았지만 그렇게 어려울것 같지도 않아 사이즈를 재가며 볼트가 들어갈 자리를 살폈다.
[천공]

구멍뚫을 자리를 확인 후 천공전 모습이다.
[접시머리마그네틱자석부착]


접시머리나사구멍이 있는 마그네틱자석을 뒷면에 고정한 모습이다. 공간확인은 했지만 혹시몰라 조립해보니 간섭되는 곳은 없었다.^^:
[조립완성]

자석에 철물을 붙여 완성한 모습이다. 붙여진 철물은 벽에 고정할 예정이다.
[매립할 부분 바탕시공]

큐링합판과 마그네슘보드를 활용해 매립할 부분 바탕시공을 한 모습이다. 참고로 큐링합판과 마그네슘보드의 조합은 매우 환상적이다. 그리고 목공작업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예상 깊이보다 약 3미리 더 깊게 시공하였다.
[부착완료]


매립은 단지 기술적인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공간과 기술 사이의 충돌을 중재하는 과정이다. 건축가가 벽과 천장을 설계할 때처럼,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전면보다는 ‘조화’를 고민한다. 우리가 월패드를 매립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간은 흐름이 있다. 그런데 월패드는 그 흐름에 마찰을 만든다. 벽에 톡 튀어나온 사물 하나가 그 벽의 여백을 무너뜨릴 수 있다. 또, 프레임을 정밀하게 따내고, 깊이를 계산해 기기 본체를 벽면 안에 넣는 이 작업은 단순한 ‘숨김’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과 미감 사이에서 타협이 아닌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매립은 버튼을 감추지 않는다. 기능을 제거하지도 않는다. 다만 불필요한 존재감을 덜어낼 뿐이다. 사용자는 여전히 손쉽게 조작할 수 있지만, 공간은 더 여유롭고 단정해진다.
[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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