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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ordan6
  • 11월 11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월 13일

공기가 흐르면, 시선도 따라 흐른다

얼마전 기획 및 시공한 인천연수풍림2차 소형아파트에서 현관부분의 가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신기하게도 시각적 흐름을 잡다보면 자연스레 공기의 흐름이 되고, 공기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또 시각적 흐름이 된다.

어쩌면 공간을 기획하는 일은 시각을 다루는 것 같지만 공기의 흐름을 다루는 것이기도 하다. 공기의 흐름은 본능적으로 눈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되고, 실제로 서로를 유도하고, 영향을 주고, 리듬을 만든다. 대표적인 예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붙어있는 벽체와, 바닥부터 머리위까지 올라와 있는 벽체를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낮은 가구를 벽에서 띄워 놓으면 바닥과 벽의 경계가 드러나고 그 틈 사이로 공기가 흐른다. 그 흐름을 눈은 감지하고, 우리는 그 곳이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고, 어쩌면 그 덩어리를 투명으로 취급하여 더 멀리 바라볼려고 하는 현상도 생기게 된다.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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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각의 차이가 있긴하지만 전/후 사진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물론 공간을 넓어보이기 위한 여러장치들을 해 놓았지만 오늘은 신발장과 아일랜드가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주방의 조리공간과 수납공간이 부족해 기존에도 아일랜드형식의 가구가 있었고, 그 뒤로 신발장이 존재했었다. 내가 기획한 레이아웃도 지금의 형태와 크게 다른부분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시각적으로 막혀있는부분들을 지웠고, 또 더나은 시각적 확장을 위해 가구의 하단도 지웠다. 가구의 하단은 똑같은 가구재를 써서 안쪽으로 밀어넣어도 어느정도 효과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직접손질한 스테인리스 관을 꽂아서 시선의 끝이 스테인리스 관을 너머 벽 끝으로 향하게 했다. 이런 생각들은 시각의 갈증도 있었지만 감각의 갈증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 감각의 갈증은 다시 공기흐름의 갈증으로 이어진다. 그렇게해서 가구의 상단부와 하단부에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 시각의 확장성을 주게 되었다.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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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시공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냥 지나치면 아쉬우니 첨부해둔다. 각파이프는 다소 두꺼운 감이 있지만 무거운 가전들이 올라가기도 하고, 이후 흔들림 이슈가 있을 수도 있어서 그렇게 진행하였다.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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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멈추는 게 아니라 흐른다. 벽에 부딪히지 않고, 바닥에 갇히지 않으며,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흐름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고, 마음도 반응한다. 공기가 흐르는 구조를 만들면 시선도 같이 열린다. 답답함은 걷히고, 공간은 제 몸을 넘어 확장된다. 사람은 그 안에서 편안해진다.

공기가 흐르면 시선도 흐르고, 그 흐름이 새로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든다.


[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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