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yordan6
- 1월 13일
- 2분 분량
실패없는 지구인표 매립수전 시공

욕실에서 매립수전작업은 타일이 모두 붙고 나서야 비로소 정확했는지, 수평은 맞았는지, 사용하기 불편하지는 않은지가 드러난다. 그래서 매립수전은 한 번의 실수가 곧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공정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매립수전은 타일 시공 전에 먼저 설치된다. 벽체 안으로 몸통을 숨기고, 토출부와 레버만 드러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연한 순서다. 하지만 이 ‘당연한 순서’ 속에 생각보다 많은 변수와 위험이 숨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위치 확인이다. 도면상으로는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준선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 바닥 마감 두께, 벽체 미장 상태, 타일 규격과 줄눈 폭까지 모두 고려해야 비로소 ‘정확한 중심’이 나온다. 그런데 매립수전 시공자는 대부분 타일이 붙기 전, 아무 기준도 없는 벽체 앞에서 작업을 하게 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매립수전이 벽체에서 정확히 90도로 나와 있는지, 즉 수평과 수직이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평자를 대기도 애매하고, 벽체 자체가 완벽하게 반듯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상태로 매립수전을 고정해버리면, 타일이 끝난 뒤 토출부가 살짝 기울어 보이거나 레버가 비틀린 채로 마감되는 상황이 생긴다. 그리고 타일 시공자 입장에서의 어려움도 있다. 매립수전이 애매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으면 타일을 그에 맞춰 시공해야 한다. 이런경우에는 의도하지 않은 벽두께와, 로젯 커버로 가려지지 않는 틈이 생기기도 한다. 결국 책임 소재를 떠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매립수전은 박스형태의 완조립으로 되어 있지 않고, 레버뭉치 한개만 오는데, 위와같이 일단 간격을 계산해 조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먼저 매립수전을 합판에 단단히 부착한다. 이 합판은 임시 거푸집이자 기준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합판을 벽체에 바로 고정하지 않고, 네 개의 앵커를 이용해 볼트로 걸쳐놓는다. 핵심은 이 볼트가 ‘조절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볼트를 조이거나 풀면서 매립수전의 위치를 미세하게 앞뒤로 조정할 수 있고, 좌우와 상하의 기울기 또한 정확하게 잡을 수 있다. 보통 여기까지 작업은 내가 직접 하는 편이고, 이후 정확한 위치고정은 타일시공시 타일작업자가 진행한다. 바닥 타일과 양쪽벽의 모든 준비가 끝나면 레이저와 직각자를 이용해 벽에서 정확히 90도가 되도록 맞춘 뒤에야 최종 고정을 한다. 물론 타일을 매립수전구멍을 낸 뒤 마지막으로 다시 조절이 가능하다. 투볼트와 록타이트를 이용해 풀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이 가능하다.

이 방식의 장점은 시공자가 ‘감’이 아닌 ‘조절’로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고, 감리자나 현장 책임자가 눈으로 확인하고 수정 지시를 내리기 쉬워진다.
그리고, 타일 시공자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작업할 수 있어 마감 퀄리티가 안정된다.

매립수전은 숨겨지는 설비지만, 사용자는 매일 손으로 만진다. 조금만 기울어도, 조금만 치우쳐 있어도 그 불편함은 계속 쌓인다. 그래서 나는 매립수전을 ‘설비’가 아니라 ‘디자인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구조를 얼마나 정확하게 만들었는지가, 결국 보이는 결과를 결정한다.
실패 없는 매립수전 시공은 특별한 자재나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확인할 수 있게 만들고,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 작은 차이가 욕실의 완성도를 크게 바꾼다.
[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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