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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ordan6
  • 12월 3일
  • 2분 분량

지금 아파트는 변신중 (닭장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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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아파트 외관을 떠올려보면, 벽이 모든 것을 설명하던 시대가 있었다.

밝은 톤의 벽이 넓게 펼쳐지고, 그 위에 정해진 규칙처럼 사각형의 창문이 반복되는 구조. 창은 그저 바람을 들이고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뚫린 구멍일 뿐이었고, 건물의 표정은 벽을 얼마나 밝게 칠했는지에 따라 결정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 도시에서 마주치는 아파트들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벽과 창문이 단순히 면과 구멍으로 존재하던 시절이 지나고, 이제는 창틀과 외벽 색의 대비로 선(라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외관 디자인이 자리를 잡았다. 마치 건물이 스스로의 윤곽을 다시 그려내는 것처럼, 검정 혹은 짙은 톤의 창틀이 외관을 하나의 큰 그래픽 작품처럼 보이게 한다.


이 변화의 핵심은 단순하다. 과거 건물들이 ‘넓은 면’으로 이야기했다면, 이제의 건물들은 ‘선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선이 생기면 건물은 달라진다. 세로로 이어지는 짙은 라인은 아파트를 실제보다 더 높게, 더 슬림하게 보이게 만들고, 층층이 놓여 있는 가로 라인은 건물에 안정감과 리듬을 부여한다. 벽은 배경이 되고, 창호는 단순한 기능 요소를 넘어 입면을 구성하는 모듈, 하나의 디자인 문법으로 자리 잡는다.


색의 대비는 깊이를 만든다.

같은 구조라도, 창틀이 진해지는 순간 그림자가 살아나고 입면은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선은 농도를 달리하며, 건물의 얼굴은 시간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표정을 띤다. 결국 이런 라인은 아파트를 단순히 ‘주거 동’이 아니라 도시 풍경을 구성하는 조형물로 변화시키는 장치가 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라인 디자인은 개별 동을 구분하면서도 단지 전체엔 통일감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건물마다 선의 굵기나 배치를 조금씩 달리해 개성을 주고,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브랜드 단지처럼 읽히게 만든다. 이런 방식은 현대 아파트가 단순 집합체를 넘어, 도시의 스카이라인 속에서 하나의 리듬을 가진 군집체로 보이게 한다. 결국 요즘 아파트 외관의 ‘라인 강조’ 디자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단지 벽으로만 이루어진 건물이 아니다.

우리는 선으로 그려진 얼굴을 가진, 하나의 조형적 존재다.”


예전의 아파트가 벽이라는 캔버스에 창이라는 구멍만 뚫어놓았다면, 오늘의 아파트는 그 위에 윤곽을 그리고, 리듬을 새기고, 자신만의 표정을 그려 넣는다. 도시는 그런 새로운 얼굴들로 점점 더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가 어떤 풍경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시대의 취향을 반영하는 또 하나의 언어인지도 모른다.



[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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